(페이스북에 끄적거린 글을 그대로 옮김.)
-어제(2016년 7월 6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은 역대 한반도 지진 규모 중 5위급이다. 하지만 지진이 ‘일상화’된 옆 나라 일본에는 규모 5.0 지진이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바다와 육지를 합쳐 규모 5.0 이상 지진이 1년에 100~200회 발생한다.
-당장 올해만 해도 일본 본토, 그것도 육지나, 육지에서 100km가 채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 지진은 우리나라에 발표된 것만 19번이다. 이 횟수는 본토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해상에서 난 지진이나 본토로 분류되지 않는 오키나와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은 제외한 횟수다.
-4월 16일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3 강진(일본 기상청은 지진 직후 규모를 7.1로 발표했다가 향후 7.3으로 수정했다.)과 그 전후 5일 간 있었던 예진(豫震·일본은 전진前震이라고 쓴다.)·여진을 제외하더라도 일본 육지와 근해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올해만 총 9번에 이른다. (지도에 표시된 노란 압정들.) 이 중에는 1월 홋카이도 인근 해역이나 4월 와카야마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처럼 규모 6.0이 넘는 지진도 섞여 있다. 규모가 1 커지면 지진 에너지는 32배 커진다.
일본 본토 인근에서 올해 발생한 규모 5.0 이상 지진 위치
-자연히 일본에서는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촉매가 되었던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은 2013년 9월 탈핵을 선포했지만 2년을 버티지 못했다. 2015년 8월 센다이 원전 1호를 재가동하며 일본의 ‘원전 제로’는 깨졌다.
-일본이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원전을 재가동한 이유를 경기 침체에서 찾는 분석이 있다. 원전 제로 기간동안 에너지 연료 수입량이 너무 많다보니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 정책에는 △물가를 올려 내수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 활로를 뚫는 두 가지 큰 방향점이 있었다. 물가는 소비세 인상으로 높이고, 엔화는 양적완화로 잡으려 했지만 둘 다 여의치 않았다.
-물가는 억지로 올릴 수 있지만 엔화 가치는 억지로 떨어뜨릴 수 없다. 엔화 가치가 높으면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수입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에너지 원료가 되는 석탄, 석유, LNG 등은 수요를 떨어뜨릴 수 없다보니 엔화 가치도 오르고 무역수지 적자폭도 커지는 진퇴양난 상황에 빠져 버린 거다. 동일본 대지진 전 일본은 전력생산 물량 중 30%를 원전에 맡겼다. 이 원전이 다 꺼진 2년 간 원전이 맡던 생산 전력의 9할을 석탄 석유 LNG로 대체해야 했다.
-일본과 비슷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일본과 비슷한 불황 전조가 보이는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 중 원전이 담당하는 비율은 37.5%로 석탄 화력발전(4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을 걸로 전망됐다. 2014년에 비해 석탄 화력발전은 5.8%포인트 높아지고 원전 발전은 0.9%포인트 높아져서 나온 수치다. (그래프.)
2015 통계청 발표 원자력 발전량 현황 및 전망
-에너지 원료 수입을 안 해도 되는 수력발전과 대체에너지 발전량은 올해도 둘이 합쳐 비율이 5%를 넘지 못한다. 원전 하나 멈추면 석탄 석유 수입을 늘려야 하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울산 앞바다 역대 5위 규모의 지진에도 원전을 쉽사리 포기 못 하는 이유다.